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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 일상에 농담 던지기, 계동길 - no.74(2013년 12월 15일)

윤진 2014. 3. 11. 22:07




* 표지가 김광석.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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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농담 던지기, 계동길


윤진

그림 이솔






도시게릴라 : 주로 도시에 침투해 기습과 교란 전술로 공공미술을 남기고 떠나는 예술가들. 


그들의 전술은 이른바 '드로우 앤드 런draw and run'. 지형과 지물을 활용한 변칙적인 전술로 도시를 교란시킨다. 도시 전체를 바꿀 힘은 없지만 도시의 틈을 찾아내어 시민들을 교란시키는데에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물론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교란이다. 발칙하고 기발한 창의력을 무기로 일상을 비틀어 사람들의 허를 찌른다. 무심히 길을 걷는 사람들을 흥미로운 미술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지난 9월 13일에서 15일, 서울문화재단은 <도시게릴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서울 5개 지역에서 60여명의 작가들이 150여점의 작품을 몰래 설치했다. 그래피티나 대형 벽화가 아니라 소소한 설치 미술과 드로잉이었다. 일상의 공간에 던지는 농담이었다. 농담은 사람들의 마음에 닿아 조그마한 파문을 일으켰다. 


계동길. 눈길을 끄는 파란 하늘에 걸친 한 전선. 무언가가 눈에 들어온다. 그믐달과 집, 아파트가 전선 위에 서있고 그 옆으로 세계적인 그래피티 예술가 키스 해링의 드로잉에서 튀어나온 듯한 네 명의 사람이 매달려 있다. 거꾸로 매달린 맨 아랫사람이 붉은색 보따리를 하나 들고 살금살금 집에서 멀어진다. 곧 떨어질 듯 위태로워 보여 더욱 눈길을 끈다.


하늘을 어지럽히던 전선이 갑자기 미술작품의 무대로 탈바꿈했다. 회색빛 도시가 반짝하고 빛나는 순간이었다. 밀란 쿤데라는 말했다. "가벼운 것은 긍정적이고 무거운 것은 부정적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도시게릴라들이 몰래 설치한 '지뢰'가 사람들을 가볍게 파고들며, 미소짓게 한다. 전선이 미술작품의 일부가 되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도 언제고 빛나는 한 순간이 될 수 있다. 


윤 : 저 미술 작품들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쏠 : 탄생과 함께 소멸하기 시작하는거지. 세월에 낡아가는 마을처럼.


시간이 제한된 전시회. 그 끝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지금 반짝 빛나던 순간도 시간이 흐르면 세월속에 무디어 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소멸할 것이다. 그러나 마을이 있고 사람들이 있으면 소멸은 끝이 아니라 전환이다. 새로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