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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 언제나 봄봄, 양재 꽃 시장 - no.75(2014년 1월 1일)

윤진 2014. 4. 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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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봄봄, 양재 꽃 시장


윤진

그림 이솔




지난달, 친구의 결혼이 있었다. 10년을 연애한 오래된 커플이었다. 나와 쏠의 결혼파티 사회를 봐준 터라 우리도 무언가 해주고 싶어 재미로 몇 개의 쿠폰을 줬다. 스냅 사진 촬영, 식전 영상 제작, 포토테이블 꾸미기. 사진 찍는 거랑 식전 영상 만드는 건 어떻게든 할 수 있었지만, 사실 포토테이블은 꾸며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녀석, 덜컥 포토테이블을 부탁한다. 간도 크다. "괜찮겠어?" 다시 묻는 내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쏠은 일주일 동안 틈틈이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고, 물건들을 주문했다. 테이블을 장식할 사진과 액자, 신랑신부에게 축하 메시지를 쓸 사진엽서들. 무엇보다, 결혼 당일날 사야 하는 게 하나 있었다. 꽃이었다.


해가 짧고 날도 추운 12월의 토요일, 나와 쏠은 화병으로 쓸 유리컵과 약국에서 약을 담던 조그만 갈색 유리통을 들고 양재 꽃시장으로 향했다. 마치 중요한 임무를 띈 요원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1991년에 문을 연 양재 꽃시장은 하루 동안 4천여명이 방문하고 경매로 낙찰되는 금액만 3억원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화훼 공판장이었다. 가지째 꺾은 꽃(절화)는 0시부터 경매를 시작해 팔려 나가고, 난과 관엽식물은 8시부터 경매가 시작되었다.


본관 지하 화환시장에서 포토테이블을 장식할 꽃들을 주문했다. 겨울 제철꽃인 라넌큘러스와 리시안셔스, 스톡. 그냥 꽃이려니, 하고 보았던 꽃들의 이름이었다. 플로리스트가 포토테이블과 어울리는 계열의 색에 맞추어 꽃을 정하고 다듬고, 화병에 담는 사이 분화매장을 구경했다. 화분에 심은 꽃을 파는 곳이었다. 올망졸망 놓여있는 다육식물이 단돈 천원이었다. 신혼 때 들여놓고 잘 돌보지 못한 불쌍한 화초들이 떠올랐다. 잘 키울 수 있을까? 물을 새 없이 쏠이 이미 집어들고 있었다. 한달에 두어번만 물을 주어도 되는, 오히려 부지런히 자주 주면 곤란한, 강인한 종자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꽃이 다 만들어졌다. 꽃을 보니, 포토테이블은 어떻게 해도 실패할 수 없었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꽃을 한아름 안고 거리로 나왔다.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향기로운 낯선 이름의 꽃들 위로, 눈꽃이 송이송이 피어났다. 겨울이었고, 봄이었다.


* 그래서 그날의 포토테이블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궁금하신 분은 낭랑로드 블로그에서 사진을 찾아보세요.



포토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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