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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 시간을 전시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no.82 (2014년 4월 15일)

윤진 2014. 9. 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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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전시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윤진

그림 이솔




시간을 전시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1969년 경복궁 소전시관에서 처음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은 1973년부터 덕수궁 석조전을 개조해 사용했다. 제대로 된 국립미술관 하나 없는 우리나라에 국립현대미술관을 짓기로 한 것은 1980년이었다. 건립추진위원회가 결성되고 부지를 물색했다. 서초동의 정보사령부 자리가 미술관 부지로 적당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그 후로도 3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정보사령부는 올해말 안양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에 마땅한 부지를 찾지 못한 미술관은 과천의 청계산 자락에 지어졌다. 1994년 대공원역이 들어섰지만 여전히 거리가 멀었다. 심리적으로는 더욱 멀었다. 시민들을 외면한 미술관은 시민들에게 외면받았다. 한 해 수백만명이 찾는 외국의 근현대미술관과 달리, 국립현대미술관을 찾는 사람은 한 해 수십만 명에 지나지 않았다. 


서슬 퍼렇던 군사정권이 지나가고, 미술계에서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새로운 부지를 물색했다. 1996년부터 기무사령부를 이전하고 그 자리에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을 설립하자고 건의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오랜 숙원을 풀었다. 종친부(왕실과 관련한 사무를 담당했던 관청)와 기무사 터를 묶어 2013년 11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문을 열었다. 중세와 근세, 현대가 만나는 공간이었다. 


미술관 주출입구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수평축이 강조된 붉은 벽돌의 3층 건축물은 기무사령부 본관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었다. 그 전에는 일제강점기 시절, 서울대 의대의 전신이 된 경성의학전문학교의 외래진료소로 사용되던 건물로 근대 역사의 한 축을 모자람 없이 담아내고 있었다. 미술관 입구를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통과하는 듯했다. 일상적인 경험과는 다른 성질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만든 런던의 테이트 모던 갤러리나 기차역을 개조한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처럼 리노베이션에서 오는 예스러운 풍취와 모습이 전달하는 아우라였다. 


윤 : 미술품이 부족하긴 한데, 미술관 자체만 보면 어때?

쏠 : 멋있어. 미술관은 오르세보다 멋진 거 같아. 테이트 모던 만큼은 아니지만.

윤 : 지금 천장 높은 순서대로 미술관이 좋은 거지?


시간을 전시하며, 시민들의 곁으로 미술관이 다가왔다. 멋진 건축물이고 천장도 높다. 이제 그 안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