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빅이슈(연재종료)

[빅이슈] 동네 사람을 위한 동네 방배동 - no.86 (2014년 6월 15일)

윤진 2015. 2. 1. 13:09








Travel - 낭랑로드

동네 사람을 위한 동네, 방배동


윤진

그림 이솔



얼마 전 희망가게* 취재를 위해 방배동을 찾았다. 방배동은 처음이었다. 몇 년 전 방배 말고, 배방에 살았던 적은 있다. 아산까지 지하철 1호선이 이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때였다. 배방역 근처, 시골치고는 아파트가 꽤 많이 들어선 동네였다. 어디 사세요? 라는 질문에 배방역 근처에 산다고 하면 사람들은 종종 방배와 착각하고는 좋은 데 사시네요, 라고 했다. 좋습니다. 거긴, 집만 나서면 논이 보이거든요.


언덕길을 따라 올랐다. 아파트보다는 연립주택이 많이 들어서 있었다. 동네 구경이라고 해야 특별할 건 없었다. 한적한 주택가를 탐험해 이런 데까지 찾아올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았다. 배가 출출했던 우리는 노란 차양이 내려진 동네 빵집에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송풍기에서 바람이 쏟아져 나왔다. 문 바로 앞에 빵을 고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한 걸음 성큼 들어서기도 버거운 조그만 빵집이었다. 앞 사람이 빵을 골라 옆 계산대에 서야 다음 사람이 빵을 고를 수 있었다. 나와 쏠이 빵을 고르는 중에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더 들어왔다. 바람이 쏟아졌다. 그 사람은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서 있었다. 바람이 멈추자 가게안이 만원버스처럼 갑갑하게 느껴졌다. 빵을 부탁해, 쏠. 나는 밖에 있는 야외 테라스에 앉았다.


어떤 사람은 집에서 늑장부리다 아점으로 빵을 사러 온 듯했고, 어떤 사람은 차를 몰고 떠나기 전에 요기를 위해 빵을 사러 온 듯 했다. 평범한 동네, 그리고 동네 빵집의 주말 아침 풍경이었다. 나와 쏠만 동네의 풍경에서 조금 빗겨난 모습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대화도 한참을 빗겨나 있었다. 


쏠 : 여기는 집값이 싸겠지? (부쩍 부동산에 관심이 많아졌다)

윤 : 비싸겠지. 서울 강남인데.

쏠 : 그래도 아파트보다는 싸겠지?

윤 : 아파트보다는 싸겠지. (사실 잘 모른다)


자리에 앉아 빵을 먹으며, 우린 고작 저런 1차원적인 대화를 하고 있었다. 벽 한켠엔 빵집이 소개된 여러 기사들이 인쇄되어 붙어 있었다.(역시 서울이었다. 맛이 있고 특색이 있다면, 숨어있다시피 한 조그만 동네 빵집도 샅샅이 뒤져 소개한다.) 소금이 적게 들어가거나 아예 들어가지 않은 빵을 만든다고 했다. 사단법인 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에서는 이 빵으로 싱겁게 먹어야 하는 환자들에게 샘플 테스트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빵을 다 먹어치우고, 희망가게로 향했다. 집 그리고 동네 가게들을 둘러보며. 동네 꽃집, 동네 빵집, 동네 미용실, 동네 카페... 정말, 특별한 건 없지만, 그래도 왠지 마음이 끌렸다. 이곳의 조그만 가게들은 모두 동네 사람들을 위한 곳 같았다.


* 희망가게는 '아름다운세상기금'을 재원으로 한부모 여성가장의 자립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아모레퍼시픽이 후원하고 아름다운재단이 운영하는 희망가게는 2004년 1호점을 시작으로 10년이 지난 2014년 현재, 200호점이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