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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 베를린에서 온 편지 no.92 (2014년 9월 15일)

윤진 2015. 5. 15. 21:30




Travel - 낭랑로드

베를린에서 온 편지


윤진

그림 이솔



독일로 유학을 떠난 형은 독일에서의 경험을 알려주기 위해 편지를 보내주었다. 베를린에서 온 편지는 지난해 10월을 시작으로 11월과 올해 2월, 7월에 깜짝 선물처럼 날라왔다. 사회과학도인 형은 독일 사회를 유심히 관찰하고 자신이 인상깊게 바라본 것들을 들려주었다. 그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대학 교육제도였다. 독일에서는 만18세가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라고 한다. 대학교 등록금은 무상이고,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학생은 정부에서 '바펙'이라는 무이자 대출을 받아 생활비로 쓴다. 44만 명(전체 대학생 가운데 28%)의 학생이 한달 평균 448유로(60만원)를 대출받는데, 졸업 후 절반만 갚으면 된다. 알바 시급은 1시간에 7~8유로(10,000원)이며, 서빙을 하면 팁이 붙어 1.5배에서 2배 가까이 돼, 일주일에 2~3일만 일해도 부족하지 않은 대학생활을 할 수 있다. 학생에게는 또한, 교통권이 싼 값에 지급된다.


윤 : 2009년 독일에서 등록금을 500유로(70만원) 받겠다고 했다가 학생들과 시민들의 시위가 엄청나게 일었다더라. 결국 등록금은 다시 폐지됐고. 대단한 나라야.

쏠 : 독일 사람들이 진짜 수출하고 싶어하는 건 자동차가 아니라, 선거제도랑 교육시스템이라며.


공부를 더하고 싶은 것도 아닌데, 등록금이 무상이라니 괜히 독일로 유학을 가고 싶어진다. 이렇게 단순한 나를 우려했는지, 형은 이러한 혜택들이 독일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며, 독일 국적을 얻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독일어를 제대로 구사하며, 일정한 수입이 보장된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멀고 먼 얘기다. 


형에게 들었던 이야기, 그리고 나의 생각들이 청계천 2가 한화빌딩 앞에 있는 '베를린 장벽' 앞에 서자 다시금 떠올랐다. 그런데 여기가 '베를린 광장'이라니. 지나다니면서도 대부분 모를 '베를린 광장'은 청계천 복원을 기념해 2005년 9월 독일 베를린 시가 서울시에 기증한 것이었다. 이곳에는 길이 3.6미터, 높이 3.5미터, 두께 0.4미터의 베를린 장벽이 세워져 있다. 1961년 동독에서 설치하고 1989년 철거되어, 마르짠 휴양공원 안에 전시되어 오다 일부를 옮겨온 것이었다. 장벽과 함께 백여년 전에 만들어진 독일 전통 가로등과 보도 포장, 그리고 베를린의 상징인 곰도 같이 왔다.


쏠 : 어! 예전 사진에서는 곰이 다른 위치에 있어.


사진들마다 곰의 위치가 제각각이다. 벽을 바라보고 있기도 하고, 벽을 등지고 있기도 하고, 벽 뒤쪽에 가 있기도 한다. 어슬렁거리는 모습 같다. 저 곰에게 묻고 싶어졌다. 우리는 왜 그렇게 외쳐도 바뀌는 게 없는 것 같은지.